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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동청소년문학학회

The Korea Association of Literature for Children and Young Adults
아동청소년문학 연구의 풍요로운 터전을 일구어 나가겠습니다.
제목

권정생 추석특집 KBS 추석당일 밤 10시 (카페에서 퍼온 글입니다)

작성자
문수연
작성일
2007.09.28
첨부파일0
조회수
1552
내용
임성규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권정생, 한 시대의 고향

방송 : 2007년 9월 25일 밤 10시
채널 : KBS1
연출 : 유동종
작가 : 오정요

기획의도
“권정생 선생이 돌아가시고 난 뒤 조탑리 노인들은 많이 놀랐다고 한다. 혼자 사는 외로운 노인으로 생각했는데 전국에서 수많은 조문객이 몰려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우는 걸 보고 놀랐고, 병으로 고생하며 겨우겨우 하루를 살아가는 불쌍한 노인인 줄 알았는데 연간 수 천만원 이상의 인세수입이 있는 분이란 걸 알고 놀랐다고 한다. 그렇게 모인 10억원이 넘는 재산과 앞으로 생길 인세 수입 모두를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조목조목 유언장에 밝혀 놓으신 걸 보고 또 놀랐다고 한다” - 도종환, 경향신문 2007.5.31

동화작가 권정생은 ‘가난’의 상징이다. 권정생은 한국 아동 문학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강아지 똥’과 ‘몽실언니’의 작가로 생전에 천여편의 동화를 남겼지만, 그 자신이 평생동안 소유해 본 것은 다섯 평짜리 오두막 한 채가 전부였다. 그런 그가 10억여원의 유산과 지속적으로 나오는 천여만원대의 인세 전부를 북한 어린이에게 남겼다. 그로서 그는 마치 진정한 ‘가난’이란 이런 것이라는 듯, 스스로 자신의 ‘가난’을 완성 짓고 떠났다.
추석 특집 프로그램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 권정생, 한 시대의 고향’은, ‘가난’을 온 몸으로 실천하며 살다 간 권정생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살펴봄으로서, 그가 진정으로 추구하며 한 시대가 도달해야 할 고향이라고 봤던 곳은 바로 '가난한 어머니의 삶‘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주요 내용
“돌아가시기 직전 선생님은 산소호흡기의 고무호스가 꽂힌 입을 움직여 무언가 맹렬히 말씀하셨습니다. 그 입모양은 ‘어메’였습니다. 그 ‘어메’ 소리를 2-3분간 안간힘을 쓰면서 지르시더니 더 이상 입모양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김용락, 한겨레 신문 2007.5.21

권정생의 죽음, 칠십년의 고통과 축복
1937년생이니 꼭 칠십년을 살았다. 길다고도 짧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이, 그러나 권정생에게 그 칠십년은 너무 길었고, 그와 더불어 산 시대에게 그 칠십년은 너무 짧았다. 평생을 전신결핵에 시달리며 하루를 사는 게 기적에 가까웠던 권정생에게 칠십년은 너무 길고 참혹한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와 한 시대를 건너온 동시대인에게 그가 살아낸 칠십년은 다시 만나기 힘든 축복의 생이자 아름다움이었다.
“권정생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하늘나라 가시니까 속상해요. 아주 많이 속상해요. 제가 할아버지랑 약속할 게 있어요. 세상이 저지르는 나쁜 일들 싸우면서 살게요. 안 좋은 건 안 좋다고 말하면서 살게요. 착하게 살게요. 할아버지도 하늘에서 착한 분들과 외롭지 않게 지내세요. 사랑해요, 할아버지.” - 유연수, 기찻길옆 작은학교 6학년 (유연수는 2007년 5월 20일 권정생의 영결식장에서 이 편지를 읽었다.)

권정생, 한 시대의 상징
아동문학가. 권정생을 설명할 수 있는 어휘는 그 단 한마디다. 그러나 그 단순한 어휘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는 게 또 권정생이다. 권정생의 무게감은 단지 그가 <몽실언니>나 <강아지 똥>같은 한국 아동문학의 고전을 만들어낸 작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권정생은 그의 삶 그 자체로 한 시대의 상징이자, 그 자신이 한 시대의 결과였고, 그 자신이 한 시대의 꿈이었다.
도쿄 빈민가에서 태어난 전형적인 식민지 이주민의 출생, 온갖 풍상을 겪다 급기야 걸인으로까지 전락했던 최악의 가난, 평생 동안 천형처럼 따라다녔던 전신결핵의 고통, 조그만 시골교회의 종지기, 수십편의 동화집과 동시집을 남긴 이후에도 여전히 ‘빌뱅이 언덕’의 오두막을 고집했던 청빈의 상징까지... 그는 자신의 삶을 살았을 뿐이지만, 그의 삶은 그대로 ‘삶이란 무엇이며 문학은 무엇을 꿈꾸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화두가 되었다.
“이렇게 말재주를 부리지 않고, 진솔하게, 혹은 뜨겁게, 우리 겨레의 마음을 노래한 시가 우리 아동문학에서 지금까지 나온 적이 없습니다. 이 소박한 시들이 무조건 감동을 주는 것은 항상 가난하고 약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선생님이 온 몸으로 피와 눈물로 썼기 때문입니다.” - 이오덕, 권정생의 동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발문 중, 1987년, 지식산업사

권정생과 이오덕, 한국아동문학사의 가장 아름다운 만남
이오덕이 없었다면 권정생은 없었다. 그리고 권정생이 없었다면 이오덕이 그토록 확신에 차 제시하던 한국아동문학의 희망 또한 한결 헛헛했으리라. 이오덕과 권정생의 만남 속에서 한국아동문학은 비로서 꽃을 피웠고 비로소 제 이름을 가졌다.
교회의 종지기였던 권정생이 처음 세상에 발표한 글은 <강아지 똥>이었다. 조그만 기독교 잡지에 실렸던 그 동화 한편은 사실 그대로 세상에 묻힐 수도 있었다. 그것을 발견한 이오덕은 그 길로 교회 종지기였던 권정생을 찾아가고, 그때부터 두 사람은 30년간에 걸친 편지를 주고받는다.
그때부터 권정생은 ‘쓰고’ 이오덕은 ‘발표하는’ 두 사람의 역할이 시작된다. 이오덕은 권정생의 글에서 한국 아동문학의 희망을 봤고, 아름답고 정직한 글쓰기의 한 전형을 봤다. 두 사람의 만남이 한국아동문학의 한 시대를 열었고 한 시대를 지켰다.
“백만명의 독자보다, 단 백명의, 가난한, 그러나 슬기로운 어린이들이 읽어준다면, 더 기쁘고 보람있는 일이지요. 부디 몸조심하시고 글 너무 쓰지 마시고 쉬시도록 바랍니다. 선생님은 좀 더 오래 사셔야 합니다.” - 이오덕이 권정생에게 보낸 편지 중

‘어머니’에게로 가는 70년간의 길
죽는 순간까지 ‘어메! 어메!’를 외쳐 부르다 갔다는 권정생. 그의 칠십년의 생애는 한마디로 압축하면 ‘어머니’에게로 가는 길이었다. 그 어머니는 생물학적인 ‘어머니’의 상징임과 동시에, 모든 것들의 ‘고향’의 상징이었다.
그가 부르는 어머니라는 한마디에 한 시대를 통과해온 ‘가난’과 ‘슬픔’이 있고, 그가 부르는 어머니라는 한마디에 한 시대가 도달하고픈 ‘그리움’과 ‘꿈’이 있다. 그는 전 생애를 던져 어머니의 가난을 껴안았고, 어머니의 슬픔을 위로했으며, 어머니의 넉넉한 품을 그리워했다. ‘어머니’라는 단 하나의 어휘로 한 시대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그는 가장 단순한 작가임과 동시에 가장 위대한 작가였다.
배고프셨던 어머니 / 추우셨던 어머니 / (...) 어머니는 강 건너 어디쯤에 사실까 / 거기서도 봄이면 진달래꽃 필까 / 앞산 가득 뒤산 가득 빨갛게 빨갛게 진달래꽃 필까 / (...)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서 / 어머니랑 함께 외갓집도 가고 / 남사당놀이에 함께 구경도 가고 / 어머니 함께 그 나라에서 오래오래 살았으면 / 오래 오래 살았으면. - 권정생,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중에서.

권정생, 한 시대의 고향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그 어머니에게 도달했을까. 그의 유언장을 보면 그는 마지막까지도 ‘어머니 없는’ 이 세상을 안쓰러워했고, 슬퍼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가 그토록 어메! 어메!를 외쳐 부른 건... 그는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어머니의 가슴’과 ‘어머니의 용서’가 지배하는 세상을 꿈꾸었다.
그리고 이제, 권정생은 포기하지 않았던 그 꿈으로 하여, 그 자신이 하나의 ‘어머니’, 하나의 ‘고향’이 되었다. 한 시대의 가난과 슬픔, 한 시대가 품었던 그리움과 꿈의 내용이 ‘권정생’이라는 하나의 어휘 안에 모두 있다. ‘권정생’이라는 어휘는 단지 한 아동문학가의 이름이 아니라, 한 시대가 거쳐 오고 한 시대가 도달해야 할 ‘고향’의 다른 이름이다.
“기도해 주세요.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요. 제 예금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쪽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 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 주십시오.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벳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주세요.” - 권정생의 마지막 유언 중

[추석기획]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 권정생, 한 시대의 고향, KBS1, 25일(화)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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