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동청소년문학학회 회원 여러분께
‘세월호’의 아픔이 새겨진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새해 인사는 희망적인 표현이 앞서게 마련이지만, 지난 한 해 동안 기성세대로서 느낀 절망감과 무력감을 뭐라 표현할 길이 없어, 첫 문장을 써놓은 채 오랜 묵도로 이를 대신하고 말았습니다.
출발부터 우리 학회는 현장성을 바탕으로 시대현실과 호흡하고자 힘써 왔습니다.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이 시대 아동청소년의 삶을 떠올릴 때, 소처럼 굼뜬 연구활동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괴감이 밀려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미흡하나마 지난 한 해 동안 이뤄낸 우리 학회의 연구성과들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데 소중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기어코 역사의 진보를 포기치 않을 양이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을 가슴에 품어봄직합니다.
2014년에는 한국연구재단의 등재지로 승격한 학회지를 일신하고자 학문의 엄밀성을 지켜나가면서, 여느 때보다 현장성과 대중성을 강화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2월 정기학술대회의 주제 ‘1970년대 아동문학장의 역동성’, 6월 정기학술대회의 주제 ‘아동문학의 상상력과 미디어’, 8월 창원 세계아동문학자대회의 분과주제 ‘아동문학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그리고 곧 다가올 2월 정기학술대회의 주제 ‘한국 창작그림책의 성과와 과제’ 등은 모두 그런 애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술대회의 주제를 널리 알리고 성과를 확산하기 위해 지난 학술대회에서는 ‘마당을 나온 암탉’의 황선미 작가와 오성윤 감독을 초청해서 대담 토론을 벌였으며, 다가올 2월 학술대회에서는 ‘한중일 평화그림책 시리즈’의 권윤덕, 이억배, 정승각, 김환영 등 네 명의 작가를 초청해서 대담 토론을 벌일 예정입니다.
우리는 지난 한 해 동안 몇 가지 기쁜 소식도 전할 수 있었습니다. 학회지 『아동청소년문학연구』가 등재지로 승격한 데 이어서,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으며, 지난 학술대회 성과를 모아 총서 첫째 권으로 발행한 『한국 아동청소년문학 장르론』이 문체부 우수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또한 총서의 둘째, 셋째, 넷째 권도 이미 준비가 완료되었기 때문에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 모든 일들이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독려에 힘입은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회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새해에는 2월 정기학술대회 및 총회에서 우리 학회의 임원진이 개편되어 새로운 출발이 이뤄집니다. 이사회에서 어느 정도 논의된 밑그림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가장 역점을 두는 방향은 각 지역의 연구역량을 활성화하고 명실공이 전국성을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신진연구자의 발표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이 여기에는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은 총회에서 결정될 사안이지만, 지역의 균형발전과 활성화를 도모할 새로운 회장을 뽑고, 각 권역을 대표하는 부회장단을 두며, 복수의 총무이사를 통해 정기학술대회와 월례발표회를 분담하고 지원할 수 있게끔 개편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대상의 작품은 독서지도의 문제를 포함해야 하며, 초등교육과 교과서 문제도 중요합니다. 우리 학회는 동시·동화·동극·그림책·논픽션·청소년소설 같은 창작 갈래별 연구에 치중된 면이 있는데, 앞으로 아동청소년 도서의 출판과 유통, 독서활동 및 문학교육 등으로 연구영역이 보다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역별 균형발전과 세대별 소통이 원활한 체제, 독서시민운동과 연대하고 협력하는 체제, 교육대학의 연구진이 적극 참여하는 체제를 이룰 수 있도록 학회 회원뿐 아니라 주위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회원 여러분,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성과들이 빛나기를 기원합니다.
2015년 1월 1일 원 종 찬